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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날짜 : 2021-08-23

- 이정규 비즈니스 IT칼럼니스트 / ZDnet korea

- 기사 출처 : https://zdnet.co.kr/view/?no=20210824105937 

 

[기사 요약]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감정은 공포이며,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이다. 다가올 일이 예측 가능하다면 무서움이 덜하다는 뜻이다. 예측 가능성은 현재의 일이 미래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선형적 믿음에서 출발한다. 공포는 불연속을 대면할 때 발생하는데, 공포 영화나 게임에서는 이러한 점이 스릴 있게 느껴지지만 현실에서는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경우가 많다.

박명의 시공은 불편한 혼돈과 적응이 공존하는 시공이다. 이는 사물이 명확하게 보이는 낮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도 아닌 안개 속과 같은 어중간한 틈새 시공간이다. 이렇게 피아 구별이 어려운 박명의 시공을 IT 기술이 창조했는데, 바로 메타버스(Metaverse)이다. 현재의 컴퓨팅 파워가 만드는 저해상도 가상공간은 사람의 오감을 속일 정도에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언젠가 영상 처리능력이 발전하여 우리의 감각을 완전히 속일 특이점의 가상공간을 만들어 낼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제2의 생을 살아갈 수 있다. 메타버스가 만들 시공간은 삶의 경계가 모호하다. 여기서 사람들은 본인의 자기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05년 WoW 게임에서 벌어진 "오염된 피(corrupted blood)" 사건은 가상공간에서 발생한 전염병에 대한 것이다. 이때 게임 유저들 중 전염병을 여기저기 전파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감염된 후 다른 아바타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용한 곳에서 자신을 격리하는 사람도 있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자신을 설명하지 않고 인간 관계를 쉽게 맺을 수 없다. 옆에 있는 아바타와 공유된 경험과 보편적 가치관이 미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비록 아바타의 모습이지만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다면, 제2의 삶도 지속될 수 없다. 박명의 시공 메타버스의 세계에서 품격있는 정체성을 보여주는 방법은 상황이 어떠하든 '사람다운 행동'에 답이 있다.

 

[용어 정리]

[그림 1] 메타버스 개념도
[그림 2] 메타버스의 분류
[그림 3] 메타버스의 네 가지 유형

메타버스 (Metaverse) : 가상, 초월 의미인 '메타(meta)'와 세계, 우주 의미인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이다. 이는 3차원에서 실제 생활과 법적으로 인정되는 활동인 직업, 금융, 학습 등이 연결된 가상 세계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의 전반적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생활형, 게임형 가상 세계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한다.

 

[그림 4] VR, AR, MR, XR의 관계도
[그림 5] VR, AR, MR, XR 비교

가상현실 (VR, Virtual Reality) : 컴퓨터 등을 사용한 인공적인 기술로 만들어낸 실제와 유사하지만 실제가 아닌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 혹은 그 기술 자체를 의미한다. 가상현실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요소는 3차원의 공간성, 실시간의 상호작용성, 몰입 등이다.

증강현실 (AR, Augmented Reality) : 실제로 존재하는 환경에 가상의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마치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이다. 단순히 게임과 같은 분야에만 한정된 적용이 가능한 기존 가상 현실과 달리 다양한 현실 환경에 응용이 가능하다. 특히, 유비쿼터스 환경에 적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혼합현실 (MR, Mixed Reality) :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합쳐서 새로운 환경이나 시각화 등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확장현실 (XR, eXtended Reality) :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아우르는 혼합현실(MR), 또는 혼합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총망라하는 용어로, 3차원 공간에서의 상호작용·경험을 가능하게 하여 비대면 서비스에서의 현실적인 몰입도를 증대시킬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Q. 메타버스와 XR은 어떤 점이 다를까?

XR이 VR에서 나왔기 때문에 메타버스와 XR을 비교하는 것은 메타버스와 VR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 사람이 현실에서 게임을 통해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개념으로 VR을 사용한다. 하지만 주체가 게임 속 세상이 될 때는 게임 속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 한다.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를 지칭하는 공간적인 의미이다. 메타버스 시대는 시간적인 개념을 추가, 가상 현실 세계와 현시대 흐름을 아우르는 통칭으로 쓰인다. 반면, VR은 완전한 메타버스를 전제로 한 가상적인 것을 현실에 적용해 경험하는 것을 뜻한다.

 

오염된 피 (corrupted blood) 사건 : 2005년 9월 13일 MMORPG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사소한 오동작으로 인해 가상 전염병이 퍼진 사건이다. 이 전염병은 새로운 던전 줄구룹의 보스 학카르가 공격했을 때 체력이 감소하고 다른 플레이어에게 전염되는 디버프가 발생하는 "오염된 피" 기술 때문에 발생했다. 이 사고의 목적은 의도되지 않았으며, 심한 대유행이 번지면서 게임의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했고, 플레이어들은 감염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가상 세계의 패치 작업과 서버 리셋으로 해결되었다. 이 사건은 인간이 실제로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반응하는 행동에 대해 역학의 많은 연구대상이 되었다. 또한, 테러 방지 기관도 이 사건을 일부 플레이어들의 생물학 병기 공격에 대한 계획 및 행동에 대한 연구에 이용했다.

 

[나의 의견]

주변 사람에게 가상공간 안에서 논문 발표를 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한지 1년반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이제는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친숙하고, 가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머지 않은 미래에 현실과 거의 가깝게 구성된 메타버스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가 대중화된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새로운 시공간 속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적응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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